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해 다음과 관련한 서비스가 멈추었고 이로 인해 카카오톡, 카카오 뱅크, 카카오 페이, 카카오 T, 카카오 바이크 등 평소에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던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덩달아 다 멈추었지요. 개인적으로는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는데 송금문제라던가 택시 예약, 카카오 바이크의 비용 결제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사건들이 많았고, 이처럼 우리 안에 카카오 시리즈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는지는 말하지 않더라도 다들 수긍하실 것입니다.
30대 후반에 공무원 퇴사를 결심한 이야기
저는 이번 카카오 화재사건과 관련하여서 가장 불편했던것은 티스토리 블로그가 안돼서 저의 쥐꼬리만 한 애드센스 수익이 나지 않은 점 하나뿐이네요. 저는 시작 단계라 수익 측면에서는 거의 영향이 없었는데 매일 한두 개씩 쓰던 글을 안 쓰니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짜여있는 글보다는 그냥 허심탄회하게 왜 공무원 퇴사를 하였는지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그거랑 그거랑 무슨 상관이냐 하실 테지만 복구가 늦어진다면 오류가 생겨서 보여지지 않을 글을 집중해서 쓰기보다는 오늘은 좀 편안하게 힘을 빼고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라는 속담이 이럴 때 쓰는 말이겠네요.
인생은 선택의 연속
이 글은 육아를 하면서 워킹맘과 퇴사의 기로에 있는 세상에 수많은 엄마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겠네요. 대부분 공부를 마치고 나면 나름의 진로를 정해서 취업을 합니다. 어디를 취업을 하든 우리는 불타는 20대를 보내고 30대를 맞아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되겠지요. 결혼을 하고도 가족 계획에 따라 아이를 낳게 될 수도 있고 안낳게 될 수도 있고 모든 순간순간이 선택의 연속입니다. 저는 20대 중반에 시험을 합격을 하였고 재직 초반인 28살에 결혼을 하고 29살에 아이를 낳았습니다. 남자아이였어요. 첫아이라 아이가 힘들어하는 감정을 조금이라도 내비치면 그게 마음이 아파서 발을 동동 구르는 초보 엄마였습니다. 1년의 육아휴직을 하고 눈에 밟히는 아이를 뒤로하고 출근을 했지요.
그때부터 뭔가 이중적인 삶이 시작됩니다. 아침에 출근할때면 그렇게 짠하고 애달팠지만 회사에 오면 뭔가 마음이 편안한 기분도 들었지요. 몰입해서 나의 일을 하고 성취감을 느낄 때는 아이를 돌볼 때와는 다른 자아가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때부터 엄마로서의 나와 성실한 직장인에서의 나는 밸런스를 맞추는 듯 못 맞추는 듯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세월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괜찮지만 괜찮지 않은 나
때로는 시간이 흐른뒤에 보면 모든 것이 괜찮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순간순간 정말 많이 힘들었지만 뒤돌아보면 잘 견뎌온 나로 포장이 됩니다. 근데 저는 사실은 여러 가지 일을 잘 못하는 사람입니다. 잘하는 게 있고 관심사가 있고 좋아하는 게 있는 사람이거든요. 두 가지 일을 잘 해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저는 엄마니까 아이에게 엄마 된 도리를 다하고 잘 키우고 잘 먹이고 잘 재우고 건강하게 지내도록 도와주는 것은 엄마의 기본 덕목이지요. 내 자식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자 아이에게 집중하고, 회사에서도 인정받으면서 지내기 위해 힘든 내색 안 하고 함께하면 좋은 동료, 같이 일하기 좋은 직원이 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습니다.
제가 오늘 이 글을 쓰기 시작한데는 제가 자주 가는 지역 맘 카페에서 오늘 읽은 글 중에 부부공무원인데 남편이 먼저 승진을 해서 본인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글을 보고 그 스트레스를 받는 마음이 어떤 건지 알기에 제가 옛날 일을 곱씹다가 쓰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먼저 승진을 하면 축하하는 마음도 있고 함께 좋은 마음도 당연히 있지요. 내 남편인데.. 그런데요. 시작이 같았던 남편이 먼저 승진을 한 것이 내 그간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 한편으로는 씁쓸한 것도 사실입니다. (제 신랑은 공무원은 아닙니다...)
잘하고 싶었지만 아기 엄마
가끔 누군가는 말합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면서 칼퇴근하고 딱 해야할것만 하고 '가늘고 길게~'가 모토로 허덕이면서 지내다가 아이들 다 키우고 엄마손이 덜 갈 때가 오면!! 그때 되면 괜찮을 것이라고요.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내려놓고 지내라고요. 한편으로는 맞지만 한편으로는 화가 나는 말입니다. 가늘고 길게 가 무슨 헤괴망칙한 말인가요. 약간 식상한 이야기이지만 매슬로우의 5대 욕구 이론을 보면 사람의 욕구 중 가장 고차원적인 욕구는 바로 자아실현의 욕구라고 하지요. 성취감을 느끼면서 살아야 비로소 나를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최악의 이야기입니다. 나도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고 잘하고 싶다는 말입니다.
간혹 둘다 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주변에서 양가 부모님들이 각종 지원을 다 해주시고 직장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분들도 계시지요. 그렇지 않으면 당사자가 정말 많이 노력했을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가 가여워서 부모님께 맡기지도 못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까지 했어야 했나 싶은 생각이지만 그 당시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요. 그 사랑스러운 아이가 불안도도 높고 손이 많이 가고 느린 아이였습니다. 남녀가 달라 이해 못 하는 차원을 넘어서 정말 예민하고 힘든 아이 었고 지금도 여전합니다. 점점 커가면서 엄마 손이 더 필요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밸런스를 맞출 수 없는 그런 힘든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퇴사를 하고...
그렇게 빛나고 싶었던 저는 아이들과 함께 똑같은 매일을 살아내고 있는 경력단절여성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좀 더 세심히 돌봐야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로 인해 성취감을 느낄 수 없는 날들, 나의 존재감이 미미했던 날들 속에 알 수 없는 패배감이 저를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글을 읽은 퇴사를 고민하는 워킹맘 분들은 공감이 좀 되시나요? 첫번째 이유는 아이들이 맞는데요. 그렇다고 나를 버려가며 퇴사를 하기까지 과정들이 각자 자신만의 이유로 쉽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사직서를 내고 돌아 나오는 순간, 짐을 모두 정리하고 나오는 순간, 마지막으로 인수인계서를 만들고 나오는 순간 한발 한발 어려운 발을 떼고 온전한 엄마가 되었네요. 그때가 30대의 마지막 겨울이었습니다.
어떤 분들이 보시기에는 배가 불렀네 싶기도 하고 공부해서 힘들게 공무원이 됐는데 왜 관두냐며 만류하시기도 하지요. 처음 시작을 공무원으로 해서 관두지도 못하고 다니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요. 죽도록 힘든데 공무원이라는 직업이라 뭐가 힘드냐는 소리도 듣고요. 그래서 그만두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만두니까 좋냐고요? 만족하냐고요? 그 뒷이야기는 조만간 또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검색도 잘 안되는 이 와중에 블로그에 찾아와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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