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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발달과 사춘기

학부모 참관 수업과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by 빛나는 세상 2022. 9. 28.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요즘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김현수

오늘 두 어린이들의 학부모 참관수업에 다녀왔습니다. 초등학교 여섯 개 학년을 이틀간 나눠서 진행을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저희 두 아이는 같은 날 시간이 겹치지 않게 일정이 짜여 있어서 작은 아이 수업 참관하고 큰아이 수업에 들어갔어요.  코로나로 2학년 학부모들은 대면 학교 일정이 이번이 처음일 것 같아요. 생각했던 대로 많은 부모님들이 오셨더라고요. 시간 여유 있게 일찍 교실 앞에 가니 마침 쉬는 시간이라고 아이들이 다 복도로 나갔는지 교실에는 저희 아이만 있었어요. 그것도 자기 자리에 얌전히 앉아있었지요. 집에 와서 이유를 물어보니 엄마에게 바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다고 하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저희 아이는 바른 모습으로 착한 모습으로 그렇게 앉아있었습니다. 근데 그 모습이 왜 이리 짠할까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일 뿐인데 규칙 한번 어기면 큰일 나는 줄 알고 항상 착하게 살아야 하고 그런 강박이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이 있는 어린이입니다. 잘해야 되고 편한 엄마한테 조차도 잘 보여야 하는 어린이라 그 마음이 얼마나 고될까 싶어서 보는 엄마는 또 눈물 한 방울 찍 흘립니다.

 

그렇게 한교시가 끝나고 다음 교시가 되어 6학년 교실로 갔습니다. 큰아이가 6년 동안 다닌 학교고 이제 마지막 학기이다 보니 모든 것이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사실 6학년 교실엔 안 가고 싶었습니다. 요즘 학원 숙제나 학원 생활을 소홀하게 해서 저랑 트러블이 잦았고 사춘기 초입이라 매사 불만인 것도, 그래서 제가 속이 말이 아닌 것도 있었어요. 아이 친구 엄마들 보니 아이가 오지 말랬다고 해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더라고요. 저희 아이는 그래도 오랍니다. 아직 사춘기인 듯 아닌 듯한데 그래도 엄마가 왔으면 한다니, 그리고 마지막 초등학교에서 만나는 모습일 테니 한번 가봤습니다. 교실에 가니 아이가 힐끔힐끔 쳐다봅니다. 수업시간에 어떤 모습 일까 궁금했는데 듬직하게 앉아서 손도 잘 들고 발표도 하고, 까불거리는 모습은 다 사라지고 이제 곧 어엿한 중학생이 될 큰 형님의 모습만 보여주더라고요. 아마 이 친구도 엄마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렇게 열심히 했을 거예요. 만날 엄마랑 트러블 있고 영어학원 수학학원에서 안 좋은 피드백으로 속상한 일 많은데 그래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사춘기 우리 아들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면 꽤 괜찮은 사람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마음고생의 비밀(김현수 지음)에 보면 부모나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평가 절하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나와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것을 시대의 차이라고 설명하였고, 빈곤한 시대 고도 성장기에는 힘들여 노력하면 이뤄낼 수 있었는데 반해 풍요의 시대인 요즘은 저성장, 양극화, 빈부격차를 포함한 격차의 사회에서 노력이라는 것이 꼭 그만큼의 보상을 주는가에 대해 아이들은 확신을 갖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세대는 죽기 살기로 했던 것을 요즘은 어느 정도 껏만 하게 되고 '하면 된다'의 마음으로 살았던 어른들에 비해 아이들은 해도 안 되는 경험을 일찍부터 경험합니다. 왜 저만큼밖에 못하는지 조금만 더 노력할 순 없는지 아이들을 탐탁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모습이 그간의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참관 수업 후 친한 지인과 식사를 하면서 기다리는것과 포기의 차이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하였습니다. 사실 아이를 기르는 데 있어 포기란 없는 건데 아예 아이의 공부에 터치를 안 하고 그냥 두는 것은 또 부모로서의 도리를 안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포기라는 단어를 사용하였고요. 엄마로서 하는 말이 아이에게 영 다가오지 않는다면, 그것이 스트레스이자 공부 정서를 헤치는 거라면 엄마가 말을 아끼고 최소한의 가이드만 해줘야 하는데 그 선을 지키는 게 엄마도 무척 힘이 듭니다.

 

오늘 참관수업 다녀와서 드는 생각은 우리 아이들이 나름의 몫을 하려고 저렇게 노력하는데 나는 무엇 때문에 잔소리를 하였는가입니다. 나의 잔소리가 우리 두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을까? 아니면 안 하는 게 더 나았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요. 어찌 되었든 이쁘게 말이 안 나갈 바에야 입을 다물어야겠습니다. 잘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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