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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파랑 오리 |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 부모님과 나, 그리고 내 아이들

by 빛나는 세상 2024. 5. 14.

 파랑 오리 | 킨더랜드 픽처북스 | 릴리아 글 그림

저는 지금도 한창 아이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때는 그저 웃는 모습만 봐도 예쁘더니 엊그제 주말에는 성향의 차이를 너무 많이 느끼게 되는 쇼핑을 하고 와서는 진이 다 빠져서 "이제는 너는 친구들이랑 다녀라. 엄마는 이제 같이 못다니겠다."라는 말을 했다지요.

 

그러고 나서는 생각을 합니다. 나는 어릴때 엄마랑 같이 쇼핑을 다녔던가? 엄마 아빠랑 정말 오래간만에 백화점이라도 갈라치면, 엄마는 늘 아빠의 눈치를 보며 아빠가 따라다니는 것 귀찮아 한다고 빨리 살거 사고 가자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듯 제 아이와 나의 문제를 생각할 때면 과거의 제 모습을 함께 떠올리기도 합니다. 과거의 단단했던 엄마는 이제 많이 물렁해지시고 약해지셨습니다. 과거에는 잔소리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런말씀은 단 한톨도 안하십니다. 

 

아이들이 십대가 되고 나서 고단한 육아에서 조금 벗어나나 싶을 때, 그때쯤 부모님이 눈에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많이 약해지고 부드러워진 모습인데 그 모습이 왠지 서글프게 느껴집니다. 

 

파랑오리
파랑오리@킨더랜드

 

파랑 오리라는 책은 어린시절 사랑으로 돌봐줬던 아이가 성인이 되어 나이들고 약해진 엄마에게 그 사랑을 고대로 되돌려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나이가 많이 들어 기억도 잃어버리고 걷기도 힘들게 되어 버린 오리는 정성스레 키운 악어의 보살핌으로 소중했던 기억을 하나하나 더듬어 가며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나온 엄마인 파랑 오리와 아기인 악어가 보여준 사랑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저와 같은 40대 독자들이라면 많은 분들이 사춘기 혹은 그 이상의 자녀와 나이든 부모님을 사이에 두셨을 거예요. 그래서 파랑오리가 전해준 사랑과 짧은 스토리 안에 '치매'까지도 다루고 있는 이 이야기 책에서 많은 생각과 감정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의 성향도 T이지만 사실 저의 부모님도 극강 T이신 분들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사랑과 공감은 거의 없었고 상대방은 느끼지 못하는 지지만 있었을 뿐이지요. 굉장히 목표와 성취 지향형인 '엄마' 밑에서 커서 저도 마찬가지로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엄마도 장녀, 저도 장녀였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첫 아이를 낳았을때 친정 엄마가 수고했다고 하시며 누워있는 저를 안았을 때는 온 몸에 닭살이 돋았습니다. 친정 엄마가 저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데,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은 아닌데 친정엄마의 마음속에는 제가 잘 커서 밥벌이 걱정 안하고 살기를 바라셨던 마음이 더 앞섰던 것이지요. 

 

저도 마찬가지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보다 담담한 혹은 덤덤한 것에 익숙해져있습니다. 엄마를 닮은것인지 아니면 그냥 타고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저의 아이들이 훗날 그런 저를 보고 공감이 부족했다고 탓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서 아이에게 살뜰히 사랑을 보여주는 엄마와 그 엄마의 사랑에 감사하며 다시 그 사랑을 되돌려주는 따뜻한 장면속에서 저에게는 상대방이 느낄 수 있도록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에 더 가슴아파 하면서 읽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 말이지요.

 

아 그런데 말입니다. 지난 토요일에 중2 큰아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아이가 그러더라고요."엄마, 내 나이에 엄마랑 이렇게 친한 아이가 또 있을까?"라고요. 그래도 아주 힘들게 하진 않았나 봅니다. : )

 

번외 : T성향의 나와 세심함에 대하여...

사실 T인 제게 F와 같은 감성으로 책을 들여다 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일입니다. 게다가 오랜 시간 업무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고 사실에 입각한 말하기만 했고 또 그런 대화가 잘 맞는 성향의 사람이니 그것이 편했습니다. 

 

그럼 너는 아이들과의 대화는 어떻게 하고 있니? 하고 묻는다면,  그냥 친구같이 툭툭 내뱉는 말은 잘 하지만 어른으로서 다정다감하고 살갑게 감정을 전달해 주는 말하기는 잘 하지 못한 것 같다고 이야기 해야겠네요.

 

그런데 잘은 못하지만 한편으로 내 생각과 내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진솔하고 담담한 말하기를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 하고 동경해왔습니다. 그리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행복한 말하기와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쭉 해왔습니다.

 

어떤 상황을 마주했을 때 '그럴수 있지"하고 쿨하게 넘기는 것은 성격이 그런것도 있지만 세심하지 못한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어떤 일이든 조금더 관심을 가져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나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저 감정을 함께 느끼고 공동의 관심사를 이어간다는 것에 의의를 두면서 '공감'이라는 것을 잘하기 위해 노력 하려고 하는데, 잘 되려나 모르겠네요.

 

성격은 타고난 기질이라 고치기가 그렇게 힘들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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