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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어느 날 문득 내게 |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내 삶이 조금은 복잡해도 괜찮아)

by 빛나는 세상 2024. 5. 13.

그림책 북큐레이터 양성과정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저의 공간에 리뷰를 남겨봅니다. 이번 주제와 과제는 40대 전후반의 독자들을 위한 그림책을 선별하고 거기에 대한 감상을 남기는 것인데요. 수업이 있는 화요일을 제외하고는 도서관에 갈 시간이 없기 때문에 밀리의 서재에 있는 책으로 한정적으로 선별할 수 밖에 없었고 아침에 일찍 도서관에 가서 실물 책을 빌려야지 했는데 우리 동네 도서관에는 있는 책이 주안도서관에는 없는 안타까운 일로 하여금 수업시간에는 실물책 공유가 어렵게 되어 아쉬웠다는 심정을 전하고 시작합니다.

 

사실 어른들에게 그림책이란 아이들처럼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것이 아니라 미술관, 전시관, 음악회에 가는 것처럼 특별한 이벤트 같은것이기도 합니다. 일상에 바쁜 어른들이 그림책을 좋아하는 애호가 아니고서야 그림책 펼일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런데 마음의 휴식과 힐링을 찾고자 할때는 이 그림책이 그 시작이 되어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간혹 아이들의 책을 읽어주다가 내 가슴을 두드리는 무엇때문에 내 눈밑이 촉촉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질때가 있잖아요. 짧은 이야기와 그에 잘 맞는 나긋나긋한 그림들이 우리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는 그때, 그 느낌을 함께 나누면 좋겠습니다.

 

  어느 날 문득 내게

어느 날 문득 내게@책빛

어느 날 문득 내게
레베카 바흐-라우리스텔 글 | 안나 마르그레테 키에르고르 그림 | 혼화수 옮김
원제 : Ud af det bla
발행 : 2022.02.20.

 

교보문고의 소개글에 따르면 북유럽 위원회 아동청소년문학상 최종 후보였다고 합니다. 일상을 뒤흔드는 따뜻한 파문! 긍정적인 변화를 기다리는 모두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는 그림책이라고 설명이 되어있네요.

 

어른들에게 그림책을 권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짧은 순간에 싶은 생각이 가능하고 그로 인해 나의 삶을 이입하고 되돌아볼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이 책은 사실 전 연령대의 독자들이 모두 읽어도 무방하지만 40대 전후의 독자들에게 권하게 된 이유는 40대인 제가 느꼈던 감정을 다른사람들도 함께 느끼면 좋겠다 싶었지요.

 

40대에서 50대로 넘어가게 되면서 특히 집에 있는 엄마들은 공허함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자녀들은 이제 많이 커서 자기 삶을 찾아 움직이고, 이제 엄마의 손이 필요 없는 나이가 되지요. 내 일과의 대부분이 아이들이었는데, 꼭 손발을 움직여 아이들을 위해 무언갈 하지 않아도 정신적인 지분의 대부분이 아이들이었던 분들 많으시잖아요. 아무리 '나는 아이들에게 매몰되어 있지 않고 나를 잃지 않는 삶을 살거야' 하셨던 분들도 이때가 아이들 성장 과정상 지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나이대이니까요. 이토록 큰 부분이 떨어져 나갔으니 여유롭다 못해 공허하고 허전하고 심심하고 따분하다 느껴지는 것이지요.

 

이 공허함 속에서 무언갈 배우거나 새로 다시 시작할 마음들을 이 나이대에 많이 먹는것 같습니다. 이때는 무언가 대단한 변화 보다는 세상이 나만 빼놓고 돌아가는 것 같지 않도록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다거나 약간의 배움, 그리고 소소한 일거리 정도로 시작하게 되지요.

 

이 책은 작은 변화로 인해 나에게 온 '생기'에 초점을 맞춥니다. 뭐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일상, 그 일상에 감사해야지 하면서도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하나도 없어' 하면서 불평했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러면서 이런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지혜를 얻기 위해 노년을 준비하는 책들을 기웃대보기도 했었습니다. 

 

지금 저는 그저 이문 저문을 두드렸을 뿐인데 지금은 평소에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림책 북큐레이션 수업을 듣는것도 그렇고 여러가지 자격증도 따고 가끔은 출강도 나가면서 딱 일상이 단조롭지 않을 만큼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새로움들이 나에게 주는 긍정적인 어수선함이 즐거움으로 느껴집니다. 

 

「어느날 문득 내게」이책의 주인공은 매일매일 변함없는 지루한 일상 끝에서 선물같은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사실 그 변화라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면서 다를바 없는 일상이 되겠지만 그래도 이 순간 느낄 수 있는 활력과 생기, 그리고 그로인한 기쁨과 행복이 충만하기를 바라면서 작은 변화를 꿈꾸는, 그리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40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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